날짜별로 뭐 여기 갔고 저기 갔고 쓰기에는 재미도 없고
여행 빠꼼이도 아니어서,
그냥 가볍게 가볍게 도넛이 런던에서 뭘 하고 왔나를 소개.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어디 갈때 짐은 가볍게 다닌다.
고로 가방 안에 자리가 없어서 쇼핑은 별로 생각도 않았고
물욕 자체가 요즘 없으...
그래도 돌아오는 날이었던 26일이 영국에서 1년동안 가장 물가가 싼,
복싱데이 Boxing Day라는 폭풍세일 시작일이어서
아침부터 우워어- 하면서 쇼핑 나가는 호텔 투숙객들을 볼 수 있었다.
소시지를 씹으면서 멀뚱멀뚱 보고 있자
호텔직원이 묻는다. 오늘 스케줄이 뭐냐고.
- 음...기차 시간까지 쇼핑 좀 할까요...?
그때 씨익, 하고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나중에 와서 내가 풀어놓은 꾸러미를 보더니
진심 이게 다냐고 묻는다. 옷은 어디 있냐며.
이것도 이미 다 싸놓은 짐가방에 쑤셔넣느라
엄청 고생했구만...
지금 사진 찍으려고 물건 펼쳐놓는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할 만큼 뿌듯한 꾸러미.
요리책 3권과 물비누 (머리도 감고 몸도 씻고), 바디샵 유기농 스킨.
왼쪽 위부터 설명.
<Tea with Bea>라는 책은 제시카와 함께 컵케이크 먹으러 갔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도 아니고 그 전날) 시즌이라며 맘대로 문을 닫아서
들어가지 못한 통한의 비즈블룸즈버리 Bea's Bloomsbury (홈페이지는 여기를 Click!) 에서 낸 티타임 케이크 책이다.
서점에 서서 이 책 저 책 꼼꼼히 보았는데 영국식 티푸드를 가장 소박하면서도 감각있게 풀었다 생각했다.
이 세상에 떠도는 모든 스콘 조리법을 다 해보았다고 하면 조금 과장이겠지만
매번 다르게 만들어보아도 딱히 이거다 싶은 맛이 없었는데 한번 이 책으로 시도해 볼 생각.
숙소 바로 앞 서점에서 '이번 주의 50퍼센트 할인 제품'이었지요.
<The family meal>은 매년 세계 최고 레스토랑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스페인의 엘불리 elBulli 쉐프, 페란 아드리아 Ferran Adria가 내놓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가정요리책.
분자 요리로 매번 요상스럽고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기술을 구사하시는 터라
별로 관심도 없었고 요리 사진만 그저 입 떡 벌리고 보던 차였다.
가정요리책을 냈다기에 너무 깜짝 놀라서 서점에 가서 얼른 열어봤는데...
이럴수가..........책이 너무 좋아.....................
뭐가 어떻게 좋으냐면, 그게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서점에서 한 페이지만 딱 열어보면 아마 공감할 사람 많으리라 본다.
원래 프랑스 아마존에서 주문했다가 책 표지가 찢겨 오기에 교환신청했는데
더 찢어진 게 왔다. 역시 프랑스, 를 외치며 영국서 사기로 했지.
값도 훨씬 저렴하고 번역도 영어 쪽이 훨씬 낫다. 요후!
<Heston Blumenthal at home>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사!
헤스턴 블루먼털이 내놓은, 역시 가정요리책이다.
우연히 이 사람의 BBC 요리프로그램을 보게 된 작년 봄 어느날 밤,
....잠을 못 잤다. 완전히 홀딱 반한 데다 충격을 제대로 받은 탓이다.
블루먼털 요리프로그램이 몇 개 되는데
정말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어느날은 보고 감동이 너무 큰 나머지 울고,
어느날은 혼자 보다가 벌떡 일어나서 기립박수 치면서 환호하고 그랬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그 프로그램들 좀 아껴서 볼 걸....하면서 후회할 정도.
아드리아와 마찬가지로 분자 요리에 일가견이 있고
철저히 과학적으로 요리에 접근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요리 세계를 집약해놓은 책은 따로 있지만
그 책을 보는 순간 뭔가 파악 불가능한 거대한 세계가 앞에 놓인 느낌?
엄두가 나지 않아 곱게 다시 꽂아 두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쉬운 책을 내주었으니 뛸 듯이 기쁘지 아니한가.
이 역시 50퍼센트 할인가로 구입!
한줄씩 경건하게 정독중이다.
블루먼털님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한번 이야기를 풀 생각이다.
Lush Snow Fairy는
- 영국에 왔으니 Lush 사야지,
하면서 매장에 들어갔더니 선물세트들은 모두 세일이지만
단품으로 깎아 파는 물건은 별로 없기에 그냥 나오려다가
카운터 바로 옆에서 '50퍼센트 할인' 딱지를 달고 있기에
머리까지 감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산 제품이다.
색깔도 유치하지만 향이 무슨....완전 불량식품 향이다.
9000원쯤 주고 샀는데 지금 한국홈페이지 들어가보니 38,500원이란다.
...문득 기억해냈다. 아, 내가 이래서 러쉬 좋아하는데 안 샀었지.
Bodyshop NUTRIGANICS REFRESHING TONER는
토너 떨어진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버티다가
- 다른 건 몰라도 바디샵은 영국이 싸더라.
라는 친구 말에 홀라당 하여 마지막 날 들어가서 집어들었다.
200ml 토너가 11,000원이면 괜찮지...하면서 가져왔는데
지금 한국 가격 또 확인해보니 32,000원이다.
가격만으로도 뿌듯한데
이거 사용한지 정말 하루만에 피부가 확 좋아졌다.
보드랍기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결이 촘촘하게 정돈되어
거울보기가 즐거울 정도다.
좀 우스운 예로, 밖에서 듣는 호칭중 마드무아젤 Mademoiselle의 비율이 급증가.
단 사흘만에.
1+1이라 2병 사온게 다행일 따름이다.
그래도 나중에 32,000원 주고는 쓰지 않을 거라구.
이상 뿌듯한
런던 쇼핑목록 끝.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댓글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은 역시 선택이죠.
(진부한 말을 가슴으로 깨닫는게 삶의 여정인듯)
제 블로그가 햇수로 5년이니까, 도넛공주님도 햇수로 5년 일거예요.
신년 인사 감사합니다.
제가 봐도 뿌듯하고 알찬 목록들이네요.
대한민국은 2011 마지막에 연일 사고 연속!
2012년 첫날은 조용한듯 합니다만 @_@
저는 1월 1일부터 수업!
내일부터는 일주일 내내 새벽 수업입니당!
아아 배움의 길은 끝이 없군요.
그래도 좀 멀리 있다고 한국에서 무슨 일이 날 때마다
충격이 조금 덜 하긴 합니다만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부디 건강하시구요, 수업 사이 꼭 좋은 음식 챙겨드세요.
기운을 보내드립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저도 정말정말 반갑습니다.
은근 수줍어서 머뭇거리며 댓글 달았었는데
마치 양팔 활짝 열어 맞이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행복이 저를 참견하듯이
행복때문에 많이 간지러운 한 해가 되시길!
(그나저나,비밀댓글의 답글이 비밀이 되지 않는 것은
티스토리상의 오류랍니다.흑흑)
당장 런던엘 갔다와야 되겠다는 생각이 불끈 ~~~^^
런던 특집 2편도 기대되어지는데요.
파리와는 또 전혀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조금 따뜻해지면 꼭 다녀오세요.
아직은 해가 많이 짧더군요(여기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