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덕거리는 것, 낄낄거리는 것이나
슬슬 비꼬며 투덜대는 것은 양명한 게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런 행태들은 비양거린다든지
날티나게 세상을 꼴같잖게 여길 때 생겨나는 것이다.
대책없이 나선다든지, 경망스럽게 세상을 이해하고 다 아는 것처럼 건방떠는 것과 비슷하다.

진지하다는 것은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다.

한곳에 집중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나 자신의 꼬라지까지 껴서 바라보면,
참 다들 측은하고 딱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다들 측은 하니까,
우리가 무엇을 이루어 이름을 내야 내 자존심이 산다고 생각했던 행태들도
따지고 보면 우습지 않더냐?

거기에서 터져나오는 웃음,
그 너그럽고 주위까지 덩달아서 밝게 비추는 웃음이
말하자면 해학이고 익살일테지.

그렇게 한참 웃다보면, 머시냐,
이제껏 측은하던 것들이 그래서 갑자기 소중해진단 말이지.
다들 고달프지만 사람끼리 인연을 맺고서
그 인연을 잘 풀어지게 다독거려서,
측은한 것들끼리 쓰다듬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래서 나오는, 눈물겨운 다독거림과 웃음. 이런 게 양명한 것이다.

당최 헷갈려? 그럼 한마디로 할 수 있는 말이 있나?

보자,진지하되 엄숙하지 않고, 당당하되 나서지 않고,
모두를 끌어안되 바름을 가릴 줄 알고,
가진 것 못가진 것을 자랑하거나 부끄러워 말고,
나헌티 잘하든 못하든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할 수 있는 것.

너한테 적용하자면, 네가 이미 알고 있는 너로부터 빠져나와,
겸손하게 자기의 일을 만들어가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는 것.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엇이 어떻게 되도 너는 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을 것.
지금 잘 나가서 건방떠는 아이들 보다, 너는 열걸음은 더 앞섰다는 걸 잊지마라.

지지부진하게 길이 보이지 않고, 방법도 생기지 않아서 괴로와 해보는 건
참 좋은보약이다. 한번쯤은….


2002년에 아저씨가 내게 보내주셨던 글.
당시에는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이 글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기까지 십년이 걸렸다.
십년 전 그 때 힘들어하던 일보다
수십 수백배는 힘든 일들이,
물론 아저씨가 돌아가신 일을 포함해서,
내게 서너번은 더 일어났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아저씨께 보여드리고 싶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면
내게 필요한 모든 삶의 진리와 가르침은
걸어온 길 곳곳에 박혀 있었는데,
더듬더듬 눈 멀어 걸어온 내게는
지금에서야 그 빛이 보인다.

이제는 나, 아저씨께서 좋아하시던
닭도리탕 마음껏 사드릴 수도 있고
돼지껍데기집에서 연기 뒤집어쓰며 앉아있어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웃을 수 있는데.
나는 파무침만 집어먹으면서도
아저씨께 잘 익은 껍데기 얹어드릴 수 있는데,
성질도 급하게 먼저 가버리셨다.
삶이란 이럴 때 살짝 슬프다.

(하긴, 아저씨는 지금 이런 내 맘을 들으시면
 "허이쿠 지룰한다" 하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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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현도사 2012/01/19 16: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인생을 아는 분이셨군요. ^_^

    • 도넛공주 2012/01/19 17:08  address  modify / delete

      네,정말 당신 말씀대로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데도
      존재감이 큰 분이셨어요.

  2. petite 2012/01/27 22: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세상 참 빠르다..

  3. 샤아 2012/02/12 01: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뒤늦게 깨닫는것은 언제가 많지만서도...

    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관련된것들은 유난히도, 특히나 후회스러운것 같아요.

    • 도넛공주 2012/02/12 03:32  address  modify / delete

      글쎄 말입니다...
      부모님께도 정말 잘 해야지 싶어요...
      고맙습니다.